애쓰고 애써야 겨우 보이는 내 안의 편견과 진실 인생이라는 불가해한 사건에서 나를 찾아가는 끝없는 이야기 미국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 케이트 쇼팽 단편선집 케이트 쇼팽(1850~1904)은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로, 뛰어난 예술가들이 흔히 그렇듯 당대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받았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샬럿 퍼킨스 길먼, 버지니아 울프 같은 작가들과 함께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장편 『각성』 이외의 작품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약 15년 동안 쓴 100편이 넘는 단편소설 중 23편을 가려 뽑아 궁리출판만의 색깔 있는 문학선집 에디션F로 선보인다. 쇼팽은 한때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서 사람과 사람 들 간의 복잡미묘한 상황과 심리를 작품 속에 포착해 잘 녹여냈다. 미국 남부에서 태어난 프랑스인과 스페인인인 크레올, 미국 남부로 이주한 아카디아 출신의 프랑스인, 아프리카 흑인의 후손, 아이티 난민의 후손 등등, 다양한 인종과 민족, 이주민이 모여 살아가는 루이지애나는 낯선 대상을 향한 편견, 학습된 규범, 그리고 그 모든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는 자연스러운 이끌림까지도 뒤섞인 곳이었다. 더욱이 노예제도의 영향으로 당시 미국 남부에서는 백인과 비백인의 구별이 엄격했고, 백인은 다시 크레올과 아카디안으로, 비백인은 물라토, 쿼드룬, 흑인으로 구분되었다. 이런 인종 구분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더해져 여성 아카디안(케이준), 여성 혼혈, 여성 흑인이 되었을 때 억압의 무게가 더 가혹해졌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케이트 쇼팽은 인종, 계급, 성별의 도식에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갈등, 방향을 알 수 없는 인생에 내던져진 인간의 모습, 그 시작과 끝을 가늠하기 힘든 욕구와 갈망을 탁월하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