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고 공부도 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서 순이는 몇 달을 바다 위에서 보내고 어느 섬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섬에는 공장도 학교도 없었습니다. 일본군들은 야자수로 엮은 막사에 순이를 들여보내 사나운 짐승처럼 괴롭혔습니다. 견디다 못한 순이는 죽기를 각오하고 막사에서 도망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일본군에게 잡혀 수많은 매를 맞고 수많은 피를 흘리며 땅굴 같은 독방에 갇히고 맙니다. 독방에서 희뿌연 달빛을 본 순이는 고향 집 지붕에 피었던 박꽃을 떠올렸습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풀려난 순이는 박꽃 같던 달을 떠올리며, 집에서부터 가져온 박씨를 우물가 빨래터에 심고 꽃이 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박꽃이 싹을 내밀고 봉오리가 맺혀 활짝 피려고 하자, 순이는 빨래터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순이 앞으로 시뻘건 불덩이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